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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문헌정보학과 차성종 교수 - 도서관은 시끄러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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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6 11:35:05

 도서관은 시끄러워야 합니다?

우리대학 문헌정보학과 차성종 교수

 

 

 

학문적이면서 실제적이기는 쉽지 않다. 연구업적은 탁월하더라도, 현실에의 적용은 또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성종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이 사회에서 어떤 모양으로 쓰여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학자였다. 부산지역의 열악한 도서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어떻게 그 한계를 극복해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모두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얘기였다. 특히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치루고 있는 이 곳, 부산에서 우리 지역 책 문화에 대해 함께 생각해봐야 하는 고민이었다.

 

 

 

1._우리대학 문헌정보학과 차성종 교수 사진1 

(우리대학 문헌정보학과 차성종 교수)

 

 

 

Q 현재 우리 부산 독서문화에 대한 현주소부터 짚어본다면?

 

2020년 정부의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부산에는 모두 44개의 공공도서관 이 있다. 이는 도서관 1관 당 봉사대상 인구수는 7만 7587명으로 17개 시 도 중 17위, 꼴찌수준이다. 또 주민 1인당 장서 수는 1.74권으로 14위, 사서 1인당 봉사대상 인구수는 1만 2,574명으로 15위를 기록하는 등 도서관 인프라와 서비스 면에서 성적이 많이 저조한 편이다.

 

 

Q 그렇다면 부산만이 가질 수 있는 특색 있는 ‘도서관 인프라 구축’에 대한 해법이 있을까?

 

부산은 이전부터 사람들 왕래가 많은 도시이다. 유명한 관광지도 많고, 사람들이 활동적이며, 스포츠도 좋아한다. 무슨 뜻인가 하면, 기존처럼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도서관 이미지는 탈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도서관도 이런 부산 시민들의 정서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Dynamic Busan”이라는 부산의 캐치 프레이즈처럼, 역동적인 도서관으로의 변화, 이런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가령 ‘야구특화 도서관’, 한번 생각해볼만한 도서관 콘텐츠이다. 부산의 야구 사랑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하지 않은가? 사직 구장의 응원문화는 외국 뉴스에도 보도될 만큼 열정적이다. 그런 열정을 도서관에도 담아 보는 거다. 야구와 관련된 책은 물론이고, 관련된 전시, VR, AR 등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드는 거다. 야구 스타와의 만남, 야구 교실, 이런 이벤트도 진행하는 메이커스페이스, 이제 도서관은 이런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Q 그런 도서관 사례가 있는가? 가장 인상 깊었던 도서관을 꼽으라면?

 

오스트리아 수도인 비엔나에서 방문했던 공공도서관을 그 예로 추천하고 싶다. 가장 인상 깊었던 도서관이기도 한데, 도서관이 대형할인점을 끼고 있는 쇼핑몰에 위치하고 있었다. 담당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따로 부지를 마련해 도서관을 짓고 운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유지비용이 든다고 했다.

 

그럼에도 굳이 비싼 임대료를 내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쇼핑몰에 공공도서관을 유치한 이유는, 바로 접근성 때문이었다.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에 공공도서관이 함께 있으면, 시민들이 찾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것이다. 장을 보러왔다가, 쇼핑을 하다가도 쉽게 들릴 수 있는 접근성 때문에 비싼 임대료도 마다하지 않고 공공도서관을 그곳에 임대해 운영한다는 설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놀랐던 건, 도서관 내부였다. 도서관 안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작은 소그룹 실들이 있었는데, 그 방의 용도는 ‘피아노 대여’였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아노를 대여해서 그곳에서 연주를 할 수 있었다. 피아노 뿐 아니라, 다양한 악기를 대여할 수 있었다. 음악의 도시 비엔나다운 발상이었고, 도서관이 책만이 아닌 다른 콘텐츠도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 방문이었다.

 

 

 

2._우리대학 문헌정보학과 차성종 교수 사진2

 

 

 

 

Q 영상과 SNS시대에 대비하는 미래 도서관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했을 것 같다?

 

그렇다. 우선, 도서관과 독서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사서들이 얼마 전, ‘독서 프로그램 참여율’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프로그램이 불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비대면으로 많은 프로그램들이 전환되었다.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참여도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결과가 어떠했겠는가? 온라인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았다.

 

이 결과가 무엇을 얘기해준다고 생각하는가? 도서관 운영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도서관 서비스가 대면위주이다. 코로나라는 비상사태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주류는 아니다.

 

전자책, 오디오북 등 비대면 콘텐츠 개발과 함께 대출, 반납과 같은 도서관 서비스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하이브리드 도서관으로 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앞서 얘기한 도서관의 접근성과도 연관이 있다. 오프라인 이용자에게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인 거리가 중요하다면, 온라인에 익숙한 이용자에게는 비대면의 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우선 이런 거리감을 좁혀야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게 된다. 거기에 특성화된 콘텐츠까지 갖춘다면, 도서관은 영화관이나 공원처럼 시민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친숙한 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3._우리대학 문헌정보학과 차성종 교수 사진3

 

5._우리대학 문헌정보학과 차성종 교수 사진5

 

 

 

 

Q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21 대한민국 독서대전’에 기대하는 바가 클 것 같다?

 

이번 ‘2021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계기로, 우선은 부산시가 우리 부산의 책 문화, 또 도서관과 이에 대한 정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예로 부산도서관이 개관한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그런데 부산도서관이 개관했다는 사실과 위치에 대해 알고 있는 부산 시민은 극소수다. 물론 지금이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라는 이유도 있을 거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도서관 개관에 대한 부산시의 홍보 부족도 한몫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무슨 뜻이냐면, 담당기관이나 담당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2021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부산시 정책 관련자들에게는 획기적인 개선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고, 또 그럴 수 있도록 부산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시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2021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그런 기회가 되고, 그래서 우리 부산에서도 ‘세계도서관 정보대회’같은 세계적인 행사 유치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4._우리대학 문헌정보학과 차성종 교수 사진4

 

 

 

 

Q 전공과 관련되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을 꼽는다면?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통혁당 사형수로 20여년을 감옥에서 살면서, 젊음이 삭고 녹아내리면서 키워낸 반짝이는 사색의 기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책 내용 중에 이런 글귀가 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교도소의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하므로, 여름 징역은 자기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이겨나가는 겨울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비록 사형수로 살았지만, 좌우 이념을 떠나 가슴 속 깊은 폐부로부터 나오는 인간 자체에 대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6._우리대학 문헌정보학과 차성종 교수 사진6

 

 

 

 

Q 마지막 질문이다. 독서만이 가지는 강점?

 

문체부에서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매년 하는데, 독서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난다는 재밌는 통계 결과가 있다. 그런데 그 통계에서 유심히 보야 할 점이 있다. 소득이 낮을수록 독서율이 낮고, 소득이 높을수록 독서율이 높다는 수치이다. 이 통계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계층은 독서율이 높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기업에서도 직원들의 가치 창출을 위해 독서를 권장한다. 또 많은 CEO들이 책을 통해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책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한다. 그 질문은 자신에 대한 성찰일 수 있고, 미래에 대한 상상일 수 있다. 어쨌든 독서만이 가진 힘이 있기에, 지금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이들은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 것 일거다.